없음을 디자인해보자
과정 소개

Research; 자료조사는 일종의 브레인스토밍 과정이다. 없음과 그래픽 디자인이 각각 무엇인지 조사하며 정의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관심사와 맞닿는 순간이 온다.

없음이란 무엇일까
없음을 표현하는 이미지 10개를 모아본다.

01 에어로노틱스의 나는 자동차 시연 사진, 한국경제, 2024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통신기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최대 볼거리는 플라잉카다. 미국 모빌리티 스타트업인 알레프 에어로노틱스는 이곳에서 세계 최초의 플라잉카 시제품(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세상에 없던 것이라고 믿던 것들도 00은 없다. 라고 주장한다면 언젠가는 생긴다. 정말 없는 것은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거나,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이야기할 수조차 없는 것들이다.

있으면 안 되니까 없는 것(데스노트…같은 거는 사실상 있으면 안 되어서 없다기보다는 불가능해서 없는 듯 이런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독재 정권 정도? 근데 영원히 없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있었는데 없어진 것(생물종이나 언어, 도구, 문화, 인식, 탄압 등의 외부적인 이유로 멸종, 수요가 줄어서 사라짐, 필름 공장들은 다 어딜 간거죠 미친거아냐 왤케 비싸 한 번 없어진 것이 다시 생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냥 뿅 하고 없앴다가 다시 뿅하고 만들 순 없는 걸까. 최승자 시인의 ‘개같은 가을이’가 떠오름)

02 장애인 시위 당일 폐쇄된 혜화역 엘리베이터, 한겨레, 2021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시위가 예고되어 있던 2021년 12월 6일 예고 없이 지하철 혜화역 2번 출구 엘리베이터를 한 시간 넘게 폐쇄한 데 대해 이틀간 70여건의 항의 민원이 접수됐다. 한국 대중교통에서 장애인은 없는 사람처럼 여긴다. 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는 탑승 후 미로 같은 지하철역 내에서 이동하여 다시 엘리베이터를 탑승하거나 아예 엘리베이터 미설치, 혹은 설치가 되어 있더라도 잦은 공사로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 휠체어가 넘어지거나 끼어 생긴 사고도 적지 않은 수다. 저상버스는 긴 배차간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른 승객들의 눈치가 보이거나 승차거부를 당해 사용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03 을지로 2가, 전민조, 1976, 서울시립미술관 소장품

사진 속 버스 안내양과 같은 직업은 더이상 없다. 그러나 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 속에는 존재한다. 이러면 있는 것일지 없는 것일지 궁금하다.

있으나 사실상 없는 것(허울 뿐인 제도나 단순히 민심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이었던 무언가나… 사실보다 대중이 크게 느끼고 있어서 실상은 엉망인데 민심으로는 거의 1빠인 무언가… 혹은 진심으로 있다고 믿으나 사실상 없는 것에 대해 말할 수도 있겠다. 나는 그게 사랑이나 동경이나 꿈 같은 것이라고 믿는다. 그게 뭐냐고 묻는다면 정의하기도 어렵고 진짜 있는 건지 나조차도 자주 의심스럽고 잘 모르겠달까. 확신을 가질 수 없다면 없는 거 아닌가? 누구나 인정하고 동일하게 느낀다면 있는 거지만 그게 아니라면? 그게 아닌 경우에도 존재한다고 장담할 수 있나?ㅜ 힝)

04 고시원에 방문한 정몽준의 사진, 뉴스이즈(), 2014

당시 새누리당 서울 시장 후보였던 정몽준이 고시원을 방문하고 지은 표정이 화제가 되었다. 이때 고시원을 방문하지 않았어도 해당 후보에게 서울 고시원에 들어가 사는 사람들의 삶이 존재했을지 궁금하다.

있으나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것(퀴어 장애인 여성노동자 등의 사회적 약자, 존재 지움 당했다라는 표현으로 많이 본 것 같은데 쉬쉬한다는 표현과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일종의 회피인가? 마주하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고 그건 싫으니까 없는 것처럼 취급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있다는 생각을 못해서? 근데 많은 사람들이 없는 것처럼 취급을 하니까 진짜 있다는 생각을 못하고 그러면 정말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사실상 없음은 선동함으로서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인가? 아까도 말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없다고 주장하면 없다고 믿기가 유독 쉬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신체적 장애나 실제 여성노동자를 없는 취급하는 것과 퀴어나 가벼운 정신병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가? 둘 다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만 전자는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후자는 어렵지 아니한가…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한다면 둘 다 비슷한 난이도려나.

05 The terror of war, Nick UT, 1982

보지 않는 것은 없는 것처럼 취급하겠다는 것이다. 때로는 아주 중요한 사건도 없는 것처럼 취급하면 정말로 없어지곤 한다. 서서히 잊거나 냉혹한 무관심 속에서는 어떤 것이든 다 사라질 수 있다. 사진은 이러한 사악한 선동에 일조하기도, 반항하기도 한다.

없다의 반대는 사실상 있다가 아니다?! 없지 않다는 있다와 다른 의미다?!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있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상황들, 사실 없지 않다와 있다 사이에는 엄청난 공백이 있는 것일지도 예) 너 가진 돈 있어? 엥 이건 좀 웃긴 것 같은데… 이거말고 돈 있어? 자신 있어? 확신 있어? 사랑 있어? 증오 있어? 대부분 추상적인 개념인 경우가 많은 것 같고 특히 감정과 관련된 부분… 이건 사실 자기 확신과 관련한 것 아닌가? 성격 차이려나 난 저런 것들에 있다고 대답하기 어렵던데. 없진 않아라고 대답하게 된다

06 해양 쓰레기 섬 그래픽, 중앙일보, 2019

쓰레기가 많이 배출되는 가장 큰 이유는 필요 이상의 물건을 소비하고 생산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없다는 상태가 필요하며 불행한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통해 쉽고 작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것들, 인간의 욕심으로 생긴 불필요한 것들.환경 이슈와 관련이 크게 있다. 정말 필요하다고 믿는 것도 사실상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이 대부분인데…

07 영화 브로커의 포스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2022

영화 브로커에서는 피가 섞이지 않은 형태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에 따르면 극 중 등장인물은 모두 가족이 존재하지 않는다. 가족 내에서 동성부부, 생부모의 부재 혹은 배우자/ 친자의 부재 등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08 어이가 없는 이미지

이런 거 하면 안 되나. 부끄럼 없는 거 모음. 갑자기 너는 애미애비가 없냐는 표현이 생각났는데 그런 상황 모음. 아근데 이거 없음을 주제로 작업하는게 아니라 없음.을 표현하는 작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오,

09 "외국인이 찍은 한국의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서 유명한 사진

없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세상에 얼마나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없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 모두에게 없는 것과 특정 계층에게만 없는 것은 또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에 후속적인 사회문제를 재생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근데 교수님이 흠 하고 보시더니 이거 보고 밑에도 비싼 곳이라고 하심… 나 지방사람이라 몰라잉~...잉)

10 자라나라 머리머리

없다는 것은 정말로 상대적인 개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있으므로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을 보면 대머리라고 생각하게 된다. 만약 대부분의 사람이 민머리였다면 머리가 자란 사람들을 볼때마다 머리가 있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머리가 있잖아!라고 했을 것이다. 혹은 공평하게 아무에게도 머리가 없었다면 아무도 머리카락 유무에 대해 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거랑 별개로도 없음에 대해 생각하면 탈모가 자꾸만 생각난다…

투명한 것과 없는 것
결과 소개

Commission; 작업지시서로 작성하여 발표(필수, 5분 내외, 형식 자유)

안녕하세요 작업자님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다는 것은 이 커다란 공백을 마우스 스크롤로 전부 긁어 읽고 계시기 때문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어쩌다가 이 글을 스크롤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것저것 눌러보며 의미 없이 공간을 차지하는 화면을 쳐다보다가 발견하셨나요? 혹은 어렸을 적에 비밀 게시글 같은 걸 적어보신 적 있어서 어렵지 않게 발견하셨을까요?


아무런 내용도 없는 블로그 링크를 보내드려 화가 나셨었나요?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이것이 아무런 내용도 없는 블로그가 아니라는 것을 아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이 링크는 잘못 보낸 링크가 아니라 번거롭게 보아야 하는 형태의 블로그 링크가 될 것 같습니다.




이 게시물은 투명합니다. 글자색을 투명하도록 설정했기 때문이죠.

우리는 지금부터 투명한 공간을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공간을 처음 보는 사람들은 몇 분 전의 작업자님처럼 내용 없는 빈 공간이라고 생각하겠죠. 그러나 스크롤을 해본다면 더이상 그 공간을 내용 없는 사이트라고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 투명하게나마 무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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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국내 장애인 이동권 시위와 관련한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인터넷 기사를 각년도마다 10개씩, 총 240개 수집합니다.
2. 국내 여성 유리천장과 관련한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인터넷 기사를 각년도마다 10개씩, 총 240개 수집합니다.
3. 국내 외국인 노동자 처우 문제와 관련한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인터넷 기사를 각년도마다 10개씩, 총 240개 수집합니다.
4. 국내 동성 혼인과 관련한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인터넷 기사를 각년도마다 10개씩, 총 240개 수집합니다.
5. 국내 가정 폭력과 관련한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인터넷 기사를 각년도마다 10개씩, 총 240개 수집합니다.
6. 국내 다문화 가정과 관련한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인터넷 기사를 각년도마다 10개씩, 총 240개 수집합니다.
7. 국내 대안 가족과 관련한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인터넷 기사를 각년도마다 10개씩, 총 240개 수집합니다.
8. 국내 노인 일자리와 관련한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인터넷 기사를 각년도마다 10개씩, 총 240개 수집합니다.
9. 국내 고독사와 관련한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인터넷 기사를 각년도마다 10개씩, 총 240개 수집합니다.
10. 국내 비건과 관련한 관련한 2000년부터 2024년까지의 인터넷 기사를 각년도마다 10개씩, 총 240개 수집합니다.
이때, 모든 기사의 정치적 관점과 관련 없이 해당 주제를 메인으로 다루었다면 모두 수집 대상이 됩니다.
예를 들자면 동성 혼인을 법제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기사, 동성 혼인을 지지했다가 일자리를 잃은 목사의 기사, 동성 혼인을 간절하게 바라는 어떤 사람의 기사, 동성 혼인을 위한 시위가 있었다고 알리는 기사, 동성 혼인의 위험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사 등 암시하고 있는 내용과는 상관 없이 해당 주제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다면 전부 수집 대상입니다.

11. 모든 기사의 순서를 랜덤하게 셔플합니다.
12. 특별한 행간 띄움 없이 줄바꿈만 진행하며 모든 기사를 나열해 타이핑합니다.
13. 웹은 html과 css를 이용해 제작합니다. title은 없는 것과 투명한 것으로 설정합니다. 해당 제목은 2023년 발간된 김이듬 시인의 시집 제목을 인용하였습니다. 본문의 맨 마지막에 출처 표기와 함께 표기해주세요.
14. 헤드에는 코드를 꼭 입력해 없는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합니다.
15. body에 수집한 랜덤 순서의 기사들을 모두 입력합니다. 이때 글자는 프리텐다드로 11 포인트, 행간 190%, 양끝맞춤으로 설정합니다. 글자색은 r0 g0 b0 검정으로 설정 후 투명도를 100%로 설정해 글자가 투명해지도록 합니다.
16. 텍스트가 끝나는 지점에서부터는 출처표기를 합니다. 표기법칙에 따라 표기 후 제목 인용을 꼭 표시하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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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다면 작업은 간단하게 끝이 납니다.
없다고 생각해서 별 관심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사실은 투명한 채로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작업입니다. 투명하게나마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없다와는 정말 다른 영역이죠. 왜냐하면 투명하게 “있는" 것이거든요. 없다, 있는지 모르겠다, 이런 영역이 아니라 잘 보이지 않을지언정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큰 차이죠? 작업자님께서도 각 주제별로 240개씩, 총 2400개의 기사를 수집하며 많은 투명한 것들을 마주하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투명한 사이트를 만들어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이제 해당 사이트를 보고 내용이 없는 사이트라고 부를 사람들을 만나면 빨리 가르쳐주고 싶어서 안달이 날 것도 같습니다.

없음을 디자인해보자
작업자 소개

Instagram; 인스타그램은 하나의 인격체 포트폴리오처럼도 보입니다.

이미지가 없는 웹사이트로 보셨나요?
사실은 투명합니다. 글자 위에 마우스를 올려 주세요.